1½
일상 속에 숨쉬는 감정들의 소곡집 – 나상현씨밴드 EP [1½]
지난 5월 정규 1집 앨범 [우리], 9월 싱글 [마음들/25] 등을 발매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나상현씨밴드가 EP [1½]로 다시 한 번 찾아왔다. 10곡이 담겼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번 앨범을 ‘EP’로 발매한다. 앨범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난 정규 1집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EP 역시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보통의 감정들을 모았다. 다만 그 감정들의 표현이 조금 더 소탈하고, 힘을 더욱 뺀 스케치의 형태를 띄고 있기에 이들은 이 10곡을 정규 1집과 2집 사이의 중간, 1½의 EP로 분류한다.
그러나 감정의 표현이 좀 더 툭툭 내려놓는 느낌일 뿐, 음악의 완성도는 지난 정규 1집 [우리] 보다 한 단계 나아진 모습을 보인다. 세게 힘이 들어가 있었던 그들의 지난 앨범과는 달리, 이번 EP에 수록된 10곡은 하나의 소탈한 결을 유지하면서도 각 곡마다 색다른 사운드적인 시도가 느껴져 듣는 이들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이번 EP [1½]를 통해 나상현씨밴드는 그들의 새로운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고, 듣는 이들로 하여금 그들의 다음 행보와 작업물을 기대하게 만드는, 그들만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 주말
가만히 누워있는 주말, 딱히 할 일도 없이 누워 있다 보면 나의 지난 행동들이 불현듯 생각날 때가 있다. 그런 생각들 속에서 여유로운, 혹은 무기력한 주말을 단순한 기타 멜로디와 박자 위에 표현한 곡. - 소풍
마치 소풍을 가는 듯, 걸음에 알맞은 박자의 곡. ‘널 기다리지 않고, 버려진 사이로 지나쳐 흘러가는’ 상황을 소풍에 비유했다. 관계에 있어서 오지 않는 상대를 기다리지 않고 나의 갈 길을 향해 ‘소풍’을 떠나는, 한 층 성숙해진 화자의 태도가 인상적인 노래. - 한심!
EP의 첫 번째 타이틀 곡으로, 경쾌한 리듬 위에 힘을 빼고 부르는 나상현씨의 보컬이 매력적이다. 나의 바람들과는 달리 타인의 눈동자에는 공허함만이 남아 있는 상황, 그로 인해 한없이 한심해지는 자신을 신나는 트랙 위에서 역설적으로 노래한다. - 기대
타이틀곡 [한심!]에 이어서 락킹한 기타 리프가 EP의 진행을 이어 받는다. [한심!]이 자신의 한심함, 그로 인해 느끼는 허탈감을 축 처진 톤으로 표현했다면, [기대]는 헛된 기대를 갖고 있는 나에게 화를 내는 듯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 choom
앨범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가르는 곡으로, 리듬감 있는 리프, 몽글한 코러스 톤, 곡 전체를 아우르는 신스 라인이 합쳐져 귀를 즐겁게 한다. 듣다 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거리며 내적 춤을 추게 되는 곡. - 안부
반복되는 기타 소리 위에서 지친 듯 조용히 읊조리는 가사가 인상적인 곡. 지친 ‘내’가 ‘그대’에게 위로를 구하는 식으로 해석될 수도, ‘불행’을 알려달라는 가사에서 그대도 나와 같이 불행했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한다.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부분이 [안부]의 매력. - 눈맞춤
추운 날씨에 어울리는 발라드 곡으로, 이번 EP의 두 번째 타이틀 곡이다. 떠나간 사람을 추억하며 아직 그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곳을 바라보는 나를 노래한다. 후회와 자책, 여러 감정이 뒤섞여 예전의 ‘그곳’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너무나도 허탈한 곡. - am
앨범의 마지막 두 곡의 전에, 짧게 앞선 감정들을 정리하는 역할의 곡. 몽환적으로 진행되는 사운드와 곡의 마지막 부분의 변주에서 다음 트랙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도담도담
‘도담도담’ : 어린아이가 탈없이 자라는 모양. 단순한 박자 위에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는 화자의 마음을 표현한 곡. 도담도담 탈없이 자라왔지만 이제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시기에 접어든, ‘나’의 고민을 노래한다. 계속 ‘도담도담’ 하고 싶은 마음과 그럴 수 없는 상황 간의 상충,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 밤노리
EP를 정리하는 마지막 곡으로, ‘나’와 ‘그대’의 다른 마음에 대해 노래한 곡.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만 그대의 사랑을 느낄 수 없기에 ‘밤놀이도 이제는 지겹다’. 그렇게 그대를 떠나 보내고 들어오면 계속 떠오르는 그대 생각, 이를 멈출 수 있는 차가운 아침을 기다리며 잠에 든다.
[TRACK LIST]
- 주말
- 소풍
- 한심! TITLE
- 기대
- choom
- 안부
- 눈맞춤 TITLE
- am
- 도담도담
- 밤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