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철

October 11

[ 트랙리스트 ]

  1. Black Elephant
  2. Circle of Lies
  3. Blind Optimism
  4. The Science of Sleep TITLE
  5. Drawn Out

[ 상품설명 ]

색소포니스트 박형철은 1993년 생의 곧 ‘서른’을 바라보고 있는 연주자입니다. 그런데 ‘서른’이라는 단어의 무게 안에는 마냥 긍정적이고 밝은 청춘의 모습도 있겠지만, 살아온 삶에 대한 희한과 미래에 대한 적지 않은 걱정도 함께 실려있음을 발견합니다. 우연히 찾아온 뮤지션으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인 십여 년의 여정을 돌아보니, 나는 이제 막 알에서 부화한 병아리와 같은 모습인데 앞으로 내가 헤쳐나가야 할 과정은 멀고도 험해 보이죠. 무엇보다 불확실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지 답을 내리기가 무척 힘이 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른이라는 나이 앞에 선 많은 연주자들은 갈림길 앞에서 고민합니다. 음악가로서의 삶을 계속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박영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그의 연주는 어쩌면 스물아홉 연주자의 패기와는 거리가 먼 것일지도 모습니다. 자신의 연주력을 내세우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많이 보이는데, 실제로 앨범 전체에서 박영철의 즉흥연주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죠. 처음부터 목적이 거기에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음악은 곡 전체의 짜임새에서 나온다’는 거시적인 관점으로 곡을 만들어간 박영철의 고집 덕분에 가진 기량을 구태여 내보이려 하는 억지스러운 모습 없이 편안한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곡의 구성을 쫒는 즐거움을 선사해준 것입니다. 재즈 뮤지션이라면 빠지기 쉬운 함정 ㅡ 작곡이나 즉흥연주에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 전체적인 재미를 감소시키는 ㅡ 에서 벗어난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곡을 다듬는 과정이 빠듯해 자신의 즉흥연주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는 고백을 꺼내놓긴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그의 성장 환경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고 느껴집니다. 그는 고홍, 청주, 진주 등 빽빽함과는 거리가 먼 동네에서 대안학교를 다니며 성장기를 보냈고 대학시절부터는 홀로 서울에서 지내왔습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먼저 말 걸어준 사람들과 친해졌는데, 그들이 재즈 씬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던 이유만으로 본격적으로 재즈에 빠져들기 시작했고요. 자신의 첫 리더 앨범을 준비한 계기도 어쩌다 밟게 된 대학원 과정의 도움을 받았을 뿐 이라고 고백합니다. 게다가 함께 한 멤버들 중에서 가장 어린 나이의 막내였습니다. 경정이나 빽빽함과는 덜 가까웠던 소년,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된 재즈,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결정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밴드 리더… 이 모든 것이 음악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기 않았을까요? 그래서인지 서른을 목전에 둔 연주자 박영철에게는 큰 욕심이 없습니다. 자신의 앨범이 높은 판매고를 올리거나, 유명한 수상작ㅇ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고 남기는 데에 의의를 둔다고 여러 차례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한마디는 분명 의미 있는 것이었습니다. ‘음악과 삶은 연관성이 참 많은데, 삶의 부분들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제 스스로가 하고 있나 싶어요. 연주를 하고 무엇을 남겼는지, 나는 누구인지, 삶이란 무엇인지…이런 고민을 계속하지 않는다면 답을 못 찾을 것 같아요. 그동안은 ‘느낌표’만 주려고 연습했다면, 이제는 나뿐만 아니라 듣는 이들 에게도 ‘물음표’를 던지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어쩌면 그가 이 앨범을 통해 고민하는 것은 작품의 완성도가 아닌, 인생의 방향일지도 모릅니다. 스물아홉의 박영철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더라고 놀라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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