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Y

‘INSIDE’

[ 트랙리스트 ]

  1. 히어로
  2. 난로
  3. OUTRO (뒤 돌아보면)

[ 앨범 소개 ]

세 곡으로 그려내는 ‘시리즈 루시’의 프리퀼 한 편의 템포가 빠른 성장 영화를 본 것 같은 여운이 남았다. 다 해야 십여 분의 시간이었다는 게 기이할 정도로, 남은 잔상에 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난로’는 가사에서 지금 이전의 화자의 시간이 그려진다. 많이 외롭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청춘의 한자락. 누군가를 통해 한모금의 용기를 얻은 화자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서서히 자신에게 주어진 긍정적인 상황에 집중한다. 때로는 긴 시간의 배움보다 짧은 성찰이 우리를 성큼 자라게 하듯 화자도 그랬다. 노래의 말미에 작은 모닥불이 세상 온기의 전부인 것 같았던 그는 더이상 거기에 없다. 이제는 다른 이에게 기댈 누군가가 되겠다는 홀연 한 다짐만 남긴 채 노래는 끝난다. 난로 앞에 웅크렸던 화자는 타이틀곡 ‘히어로’ 속을 달리고 있다. 제목과 달리 그는 영웅의 모습은 아니다. 다만 누구나 자신만의 세상을 살고 그 속의 주인공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깨달은 듯하다. ‘난로’에서 등장한 ‘눈꽃’ 키워드는 다시 한번 등장하며 이야기를 잇는다. ‘난로’ 속의 기타음이 제 박동을 찾아가는 심장소리 같았다면 ‘히어로’에선 곡에 속도감과 역동성을 부여하며 전혀 다른 역할을 한다.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세상을 보는 시선의 변화만으로 주변 풍경은 이제 애니메이션 영화 속에서처럼 화자를 위해 완벽히 준비되어 보인다. 나에겐 ‘OUTRO’가 앨범의 백미였다. 연주곡으로 루시의 세계관을 이토록 완벽하게 담다니, 과연 소리에 공간을 담고 멜로디로 색을 칠하는 루시 다웠다. 스케일에 한정을 짓기 힘든 대작 시리즈를 예고하듯 음악의 폭에는 끝이 없고 전개는 거침이 없다.OUTRO의 힘찬 종결 구는 이전의 루시 음악에선 좀처럼 들을 수 없던 비장함이 느껴진다. 이제껏 상상한 풍경들이 단순에 줌아웃되며 블랙 화면이 뜨고 영화는 끝난다. 그리고 루시는 시작된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

CAPTC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