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flip

Adventure

[TRACK LIST]

  1. Flurry
  2. Adventure TITLE
  3. Song for J.Y
  4. 300
  5. Wal-Wal
  6. Go Ahead

강렬한 도발의 힘으로 무장한 재즈플립(Jazzflip)의 첫 앨범

한국 재즈계에서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의식적으로 눈여겨봐야 할 현상이다. 20대 초의 음악인들이 주류를 형성한 팝, 록, 힙합 등과 달리 오늘날 재즈는 3~40대가 실질적인 중심을 이루고 있다. 경험의 미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재즈가 높은 진입 장벽을 앞세우는 건 인정하지만, 새로운 세대가 탄생하지 못하면 단언컨대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20대 연주자들로 구성된 재즈플립의 존재가 소중한 것은 일단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이들의 경력이 음악에 대한 평가를 저해한다면 그보다 큰 실수도 없을 것이다.

재즈플립의 음악은 믿음직하다. 탄탄하게 조합된 사운드를 바탕 삼아 위축되지 않고 소신 있게 밀어붙이는 모습은 윗세대 음악인들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야성을 맛보게 한다. 결국 이 난세에서 살아남는 건 어설픈 타협보다 강렬한 도발의 힘이 아닐까. 피아니스트 박현재, 베이시스트 전민규, 드러머 이찬우가 리듬 섹션을 맡고 색소포니스트 이삼수, 기타리스트 송지헌이 멜로디 파트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한다. 앨범에 실린 곡들은 리더인 이삼수를 중심으로 밴드의 멤버들이 함께 작곡했으며, 아이디어를 모아 편곡의 과정까지 진행했다.

모든 곡들이 명료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발산한다는 건 큰 장점이다. 근년 들어 한국 재즈계는 특히 작곡 부문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잘 알려진 해외의 명곡을 참조하거나 유학 등을 통해 후천적으로 ‘학습’한 어법을 답습하지 않고, 자신의 정서와 지향에 맞는 테마를 자유로이 구축해가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는 한국 재즈가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소중한 자양분이다. 재즈플립의 곡들도 그 양상에 잘 들어맞는다. 밴드의 이름만으로도 정체성이 드러날 만한 역량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 음악을 하는 궁극의 목표(여야 한)다.

스타일 면에서 재즈플립은 포스트-밥(Post-Bop)과 크리에이티브(Creative)의 중간 어느 곳에 위치해 있다. 사운드를 보면 일견 퓨전이란 표현도 사용할 수 있겠지만 결이 다르다. 무엇보다 정형화된 양식의 추종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물론 재즈플립도 우리가 재즈를 들을 때 기대하는 미덕을 고루 갖추고 있다. 멤버들 간의 호흡도 좋고, 솔로를 주고받으며 곡의 흐름과 구성을 발전시키는 힘은 특히 라이브 무대에서 더 멋진 연주가 이어질 것을 예견케 한다. 불필요한 에두름 없이 정공법으로, 재즈플립은 이미 그들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20년의 한국 재즈는 고군분투 중이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성과를 많이 엮어내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더 안타까워 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한국(에서의) 재즈는 일반 사회와 선순환으로 가치를 공유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건 누군가의 잘못이라기보다 재즈가 지닌 본질과 특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그럼에도 재즈를 연주하고 이에 헌신한다는 건, 비현실적인 처지에 스스로를 대입해 예술성을 획득하는, 역설의 미학적 목표가 없다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기꺼이 그 행로에 접어든 재즈플립에게 환영의 갈채를 보낸다. 김현준(재즈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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